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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대중에게 욕 먹어도 수용할 수 없다"

  • 장추련
  • 2007.10.31 09:5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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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장차법 시행령 제정 준비 3차 정부와 간담회 사진
 
장차법 시행령 제정 준비 3차 간담회, 정부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해 파장 예고돼
                                                       최희정(함께걸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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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이하 장차법) 시행령 제정을 위한 정부와 장애계의 막바지 조율이 진행 중이다.

지난 30일, 장애인차별금지실천연대(이하 장추련)와 정부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장차법 시행령 안을 조율하기 위한 3차 간담회를 열었다.

정부 측에서는 복지부, 노동부, 교육부, 법무부, 정보통신부, 국가인권위원회, 국무조정실, 경찰청에서 담당 실무자가 참석했다.

정부, “장차법 시행은 되도록 늦게, 민간 부담 없는 수준으로만 합시다”

노동 분야는 여전히 편의제공을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할 기업 규모와 시기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동부는 기업 부담을 들먹이며 법 시행 후 2년이 경과 후부터, 근로자 50명 이상 사업장까지만 장애인에게 편의를 제공하게 하고, 그 이하 규모 사업장은 정책적인 배려로 편의제공을 유도하자고 주장했다.

장추련은 “정책적인 배려로 소규모 사업장이 장애인에게 편의제공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장애인 근로자가 50인 이하의 열악한 사업장에서 노동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50인 이상 사업장에만 편의제공 의무를 두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맞섰다.

교육 분야의 뜨거운 감자는 편의제공 의무 기관에 학원을 포함할 것인가였다. 전국학원연합회는 간담회에 참석해, “이건 문 닫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교육부를 압박했고, 교육부는 장차법 취지는 알지만 학원들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장추련은 “사교육비가 사회적인 문제가 될 정도로 학원은 성업 중이고 대중화됐다. 그러나 현재 장애인들은 편의시설 때문에, 장애유형에 맞춘 수업을 받을 수 없어서 등의 이유로 다니고 싶어도 못 다닌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는 관점에서 풀어야 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장애인 차별에 대한 시정명령을 심의할 차별시정심의위원회에 대해 법무부는 기존의 입장대로 위원회는 자문을 하는 기구며 위원회에 장애인을 할당하는 규정을 만들 수 없다고 밝혔다.

장추련은 “차별시정심의위원회가 자문성격이면 장애인차별시정에 도움이 안 되어 의미가 없으므로 심의기구로 해야 한다. 또한 장애인의 차별에 대한 시정명령의 판단 등에서 장애인의 감수성을 배제하면 장애인 인권의 핵심을 놓칠 수 있으므로 위원회에 반드시 장애인이 30%이상 참여할 수 있도록 법령에 명시해야 한다.”고 맞붙었다.

정보접근 분야에 대해서 장추련은 “정보통신부는 시청각 장애인에게만 편의제공을 하려고 하는데, 의사소통 원활이라는 관점에서 지적장애인, 뇌병변장애인, 언어장애인 등에게도 적절한 편의제공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정보통신에 접근에 있어서 필요한 수단의 범위를 정부가 제안하는 웹사이트 만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생산, 배포되는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온라인, 오프라인까지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동 교통 분야에 대해서 경찰청은 운동능력측정평가를 폐지할 수 없으며, 청각장애인의 1종 운전면허 취득 제한도 풀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장추련은 “운동능력측정평가는 법적, 현실적 타당성이 부족하므로 폐지해야 한다. 또한 청각장애 1종 운전면허 취득제한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행위므로 폐지해야 한다.”고 되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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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각 부처 담당 실무자들. 3차 간담회에서도 정부의 기존 입장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 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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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의 무성의한 태도에 장추련 위원들이 착잡해하고 있다 ⓒ 최희정 기자  
 
정부, “기업이나 학원은 무섭지만, 장애대중들이 하는 욕쯤이야 들을 수 있어”

이번 3차 간담회에는 여성가족부, 문화관광부, 행정자치부, 법제처는 아예 참석하지 않았고, 특히 쟁점 사항이 많은 건설교통부는 2차 때에 이어 연속 불참했다.
장차법 시행령 주무부서인 복지부 장애인정책팀은 간담회 중간에 다른 일정을 핑계로 자리를 떴다. 이에 회의는 흐지부지 얼버무려지고 말았다.

장애인의 차별 시정에 초점을 맞추고, 정부 각 부처와 장애계 의견을 조율해야 할 복지부는 “20인 이상 50인 미만의 사업주에 대해서는 편의제공 이행계획서를 자율적으로 제출하는 수준으로 하면 어떨까.”, “학원이 학원비 받아서 장애유형에 맞는 교재까지 제작해 제공할 수 있을까.” 등의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복지부의 이러한 태도는 도대체 장차법을 제대로 시행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누구의 입장을 고려하고 대변해야 하는지를 망각한 것인지,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정부 각 부처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특수학급이 있는 일반학교도 편의시설과 편의제공을 다 못하고 있는데...”라든가, “대기업들도 장애인 의무고용율을 안 지키는 판인데...” 등 해당부서는 현재 다른 관련법으로도 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더 이상 강요하느냐는 논리를 펴, 정부가 장차법을 이해하는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특히 법무부는 “차별시정위원회에 장애인 위원 없어서 차별시정이 안된다고 욕 먹을 상황이면 욕을 먹겠다. 그러나 장애인 할당을 할 수 없다.”고 말해 좌중의 비웃음을 샀다.

이에 대해 장추련이 “그 안에 차별을 받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지, 법무부가 욕 먹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위원회에 여성을 할당하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은 동의하고, 왜 장애인 할당은 반대하느냐.”고 반문했고, 법무부는 “인권위원회의 여성할당은 이슈가 아니었다.”며 궁색한 변명을 했다.

장추련 박옥순 사무국장은 “정부는 3차까지 간담회를 하는 동안 같은 입장을 계속 고수하고 있다. 더 이상 정부와 간담회는 별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장추련 안에 대해 정부의 정리된 안을 제시하길 바란다. 그 내용에 따라서 투쟁 수위가 정해질 것이다.”라고 밝혔다.

장추련 임종혁 위원장도 “정부 실무급 공무원들이 각 부처의 입장을 대변하는 이러한 구조에서는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렵다.”면서 “이런 식으로 장차법 시행령을 제정하면 본 법의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위축하는 것이 될 테니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우리는 국무총리 면담 요구할 것이다.”라고 예고했다.
시행령 제정은 정부 고유 권한이다. 지금 상황대로 간다면 장차법 시행령은 아마 정부가 하는 주장대로 제정될 가능성이 크다. 
2,3차 간담회에서 지켜봤듯이 정부는 장차법을 시행하는 데 있어서, 장애인에게 가해지는 차별을 적극 시정하겠다는 입장보다는, 민간영역의 부담이 더 걱정이라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놓고 있다.

때문에 장애계와 정부의 입장을 조율했다기보다는 각자의 입장만 드러내는 수준으로 그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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