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독립적 인권위원회 쟁취! 독립문에서 명동성당까지

  • 장추련
  • 2008.01.25 12:34:45
  • https://www.ddask.net/post/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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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옥순입니다.
 
[인권연구소 창] 단체에서
활동하는 유해정 인권활동가의 글입니다.
 
인권활동가들이 함께 쓰는 메일링에 올라온 글이예요
주욱 함 읽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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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투쟁속보를 마무리 하고 명동성당 들머리에 나가봅니다.
천주교 인권위 사무실을 벗어나기가 무섭게
영하 10도로 떨어진 새벽날씨를 자랑이나 하듯,
매서운 바람에 금새라도 귀가 떨어져나갈 것처럼 아립니다.
인적이 드문 명동성당 들머리를 지키는 건 경찰차 한대와 
독립된 국가인권위를 보장을 요구하며 차가운 바닥에
누워 노숙농성을 하고 있는 인권활동가 10여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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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낮부터 시작된 독립문 앞 기자회견에 이어
 명동성당 들머리 앞 촛불집회까지
모두 칼바람속에 잠바하나 두르고 10여 시간을 버텨서
그랬는지 모두들 죽은 듯 잠을 청하고 있습니다. 
지켜보는데 대롱 눈물이 고입니다.
바람 막아줄 천막하나 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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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성당의 내쫒음이 두려워 매서운 바람에 얼굴이 얼고,
발이 얼고, 손이 얼어도
오후 6시반부터 그저 추위에 발만 구르고 있었습니다.
바람 한점 막으려 최대한 밀집해서 앉아봤건만 동장군의 추위 앞에서
몸은 너무 힘이없었습니다.
그렇게 버티고 버티다 자정이 넘은 시각 몰래 몇장의
스티로폼을 들머리에 깔았습니다.
 
그리고 뒤늦게 소식을 듣고 달려온 사람이(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온 침낭을
하나씩 챙기곤 들머리에 누웠습니다.
추위를 막아줄 것이 없어 낮에 쓰던 현수막을 덮고
사람들이 하나둘 잠을 청하기 시작합니다.
혼자 몸조차 가누기 어려운 규식씨는 작은 몸부림에도 침낭이
떨어지면서 어쩔 줄 몰라, 입으로 침낭을 덮어보려 애쓰지만 역부족입니다.
  
7년 전 저자리에 제가 누워있었습니다.  
수십년만에 찾아온 폭설이라며, 한파라며 사람들이 종종 걸음을 치던 엄동설한에
저랑 15명 남짓한 활동가들은 독립된 국가인권위를 세워야한다며 저 똑같은
모양새로 13일의 낮과 밤을 천막하나 치지 못하고 스티로폼과 비닐에 의지에 나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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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새해 첫날을 비닐 위에 내려앉은 얼음을 깨며 시작해야했습니다.
너무나 추워서 잠이 들면 눈을 뜨는 것이, 눈을 뜨면
그 추위에 잠을 자야하는 밤이 오는 것이 너무 두려웠습니다.
근데 바로 지금, 그때 제가 느꼈던 그 두려움과 참혹함으로
나와 함께 동고동락하던 사람들이 그 자리에 누었습니다. 
이제 갓 만 20살을 넘은 재영과 누리를 비롯해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규식이형, 이제 낼 모레면 오십을 바라보는  래군선배까지
모두 10여명의 인권활동가들이 차디찬 길바닥 위에서 한데 잠을 잡니다.
 
그래도 매일 길거리를 헤매며 종이상자로 잠을 청하는
노숙자보단 낮다며 서로를 위로하지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왜 항상 이런 고난은 우리의 몫이 되어야하는지,
왜 이런 처참함은 항상 우리의 몫이 되어야하는지를 
저는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악연이라고 했습니다.
국가인권위와 무슨 원수가 져서 인권활동가들이
국가인권위설립과 독립성 보장에 이르기까지 온 몸을 내걸어 투쟁해야하냐며
악연이라고 했습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때로는 너무나 싫어 상대하기조차 싫은 국가인권위때문에
왜 저 길거리에서 저리도 처참하게 하루를 보내고  
내일을 계획해야하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습니다.
 
왜 저라고 그 악연에 이해하기 어려움에 마음이 가지않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악을 쓸수 밖에 없는 건,
우리사회에 너무나 많은 힘없고 소외되고 서로운 사람들이 아직 존재하기때문입니다.
국가인권위가 모든 것을 해줄 수도 할 수도 없지만 그
래도 국가인권위원회가 있어 '피난처'를 얻은 이들이 있고,
더디지만 한걸음씩 가고 있기때문입니다.
 
지금의 투쟁이 단순히 국가인권위를 지키는 것을 넘어
저 불순한 이명박의 인권정책의 신호탄을 제압하는 싸움이기때문입니다.
해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아쉽습니다.
옆에서 온기를 나눠 줄, 서로운 마음에 따뜻한 마음을 나눠줄 한 사람이 그립습니다.
 
이제 조금 있으면 동이 트겠지요. 그리고 오늘도 계획된 투쟁을 향해 거리로 달려나가고
또 다른 활동가들이 저 들머리를 지키며 '독립된 국가인권위원회 보장'을 요구하겠지요.
모두들 성한 몸으로 눈을 뜨길,
그리고 새로운  많은 이들이 마음뿐 아니라 몸으로도 내일 저 들머리를 채워주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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