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이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미치는 영향-박종운

  • [보도성명]
  • 장추련
  • 2007.04.30 18: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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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책리포트 주간 한국장총 183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이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미치는 영향


박종운(변호사, 기독변호사회 사무국장, 장추련 법제정위원장)



1.  차별시정기구에 대한 장추련의 입장


그동안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서는 장애를 비롯하여 인권위법 제2조 제4호에 규정된 차별 사유들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침해받은 당사자의 권리를 구제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왔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여전히 동일 유사한 차별행위가 일상적으로 반복되었고, 차별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피해 회복 혹은 권리구제가 사실상 이루어지지 못했다. 장애인 차별만 놓고 보더라도 인권위는 차별행위라며 시정권고 결정을 내렸지만, 시정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장애인 관련 실정법은 차별금지 및 권리 구제에 있어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였으며,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는 기나긴 재판을 통해 장애인의 손을 들어 주기도 했지만 그 경우에도 불과 250만원 정도의 위자료만 주어졌을 뿐, 여전히 차별행위는 시정되지 않았다.


현실이 이러했기 때문에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추진연대’(장추련)에서는 시정명령권과 이행강제금 부과권 등 보다 강력한 권리구제수단을 가진 별도의 독립적인 장애인차별시정기구를 열망하였다. 그러나, 2004년말경부터 인권위법 개정을 통해 차별시정기구를 일원화하자는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그 결과 2005. 7. 29. 개정된 인권위법은 ① 여성가족부 등 여러 부처에 분산되어 있는 차별시정기능을 통합하여 인권위에서 수행하도록 하는 한편, ② 인권위 내에 상임위원회, 침해구제위원회 및 차별시정위원회 등의 소위원회를 둘 수 있고(제12조 제1항), ③ 상임위원회와 소위원회에는 심의사항을 연구·검토하기 위하여 성·장애 등 분야별 전문위원회를 둘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2조 제3항). 나아가, 인권위가 인권 및 차별에 관한 한 상당히 진보적인 계획, 문건, 결정들을 내놓고 자유권뿐만 아니라 사회권에도 관심을 쏟게 되자, 우리 사회 보수 세력은 인권위의 기능과 권한을 확대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오히려 기능과 권한을 축소시키고자 하는 움직임까지 보이게 되었다. 더 나아가 인권위에서는 장애뿐만 아니라 인권위법 상의 모든 차별 사유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권리를 구제할 수 있는 차별금지(기본)법을 제정하고자 시도하였다.


따라서, 강력한 기능과 권한을 가진 별도의 독립적인 장애인차별시정기구 설치·운영을 주장하면서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투쟁했던 장추련은 위와 같은 겹겹의 난관에 부딪치게 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차별시정기구 일원화 정책에 맞추어 장애인차별시정기능은 인권위에서 수행하도록 하되, 법무부 장관에게 시정명령권을 주는 선에서 법 제정에 이르게 되었다.


2.  장애인차별금지법 상 차별시정기구 관련 규정


지난 3. 6.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은 총칙 - 차별금지 - 장애 여성 및 장애 아동 등 - 장애인차별시정기구 및 권리구제 등 - 손해배상, 입증책임 등 - 벌칙의 순서로 총 6개장, 50개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제4장에 ‘장애인차별시정기구 및 권리구제 등’이란 제목으로 차별시정기구 및 방법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위 법률에 따르면, 이 법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피해자) 또는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나 단체는 인권위에 그 내용을 진정할 수 있고(제38조), 인권위는 제38조의 진정이 없는 경우에도 이 법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가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고 그 내용이 중대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이를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으며(제39조), 이 법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대한 조사와 구제 업무를 전담하는 장애인차별시정소위원회를 두고(제40조),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사항에 관하여는 인권위법을 준용하도록 되어 있다(제41조). 한편, 법무부 장관은 이 법이 금지하는 차별행위로 인권위법 제44조의 시정권고를 받은 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권고를 이행하지 않고 ㉠ 피해자가 다수인인 차별행위에 대한 권고 불이행, ㉡ 반복적 차별행위에 대한 권고 불이행, ㉢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한 고의적 불이행, ㉣ 그 밖에 시정명령이 필요한 경우 등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그 피해의 정도가 심각하고 공익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피해자의 신청에 의하여 또는 직권으로 ㉠ 차별행위의 중지, ㉡ 피해의 원상회복, ㉢ 차별행위의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 ㉣ 그 밖에 차별시정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명하는 시정명령을 할 수 있고(제43조), 관계 당사자가 시정명령서를 송달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아니한 때에는 시정명령이 확정되며(제44조), 이와 같이 확정된 시정명령을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아니한 자는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게 된다.    


3.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인권위법에 미치는 영향


위와 같은 내용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됨에 따라 인권위 및 인권위법은 여러 가지 면에서 영향을 받게 되었다.


①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장애와 장애인, 차별, 차별행위 등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에 관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인권위의 차별판단 기준 또한 달라져야 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제정으로 인해, 인권위는 장애인 차별에 관한 한 보다 확고한 법적인 근거를 가지고 인권위 본연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고, 과거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장애인 차별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


② 인권위 내에 장애인 차별행위에 대한 조사와 구제 업무를 전담하는 장애인차별시정 소위원회를 설치·운영하여야 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는 이러한 소위원회의 구성·업무 및 운영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인권위의 규칙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40조 제2항). 따라서, 장애인차별시정 소위원회를 설치·운영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인권위법 제12조 제1항 “... 침해구제위원회, 차별시정위원회 의 소위원회를 둘 수 있다.”의 ‘등’에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가 포함되도록 인권위 규칙을 개정하면 된다. 현재 인권위는 운영규칙 상 침해구제 제1위원회, 침해구제 제2위원회, 차별시정위원회를 두고 있다(규칙 제11조).

이처럼 인권위 규칙 개정만으로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를 구성·운영할 수 있고, 겉보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차별 사유 중 하나인 장애인 차별에 대해서만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를 설치하여 침해구제위원회, 차별시정위원회와 동등한 위치에 세우고, 장애인 차별에 대해서만 법무부 장관을 통해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뭔가 이상하고 역차별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굳이 위계질서를 따지자면 차별시정위원회 산하에 여러 차별 사유에 따른 소위원회가 있고, 그 중 하나가 장애인차별시정 소위원회가 되는 것이 맞다. 또한, 현재 인권위법 및 운영규칙 상의 소위원회라는 것은 인권위원이 위원장이 되고 전문위원이 위원이 되어 구성되는데, 이러한 소위원회도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의결로 구금·보호시설을 방문하여 조사를 할 수 있지만(제24조), 시정권고 기타 주요 권한은 원칙적으로 전원 위원회에 있으므로 이러한 기능과 권한을 가진 기존의 소위원회 조직만으로 “장애인 차별행위에 대한 조사와 구제 업무를 전담”시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나아가, 장애인 차별뿐만 아니라, 다른 차별 사유의 경우에도 시정명령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이제는 인권위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어 가는 것이다. 


③ 인권위법을 개정하여야 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개정해야 할 것인가? 가장 우선적으로,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가 진정으로 장애인 차별행위에 대한 조사와 구제 업무를 전담할 수 있도록,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개정하여야 한다. 또한, 다른 차별 사유들도 보다 전문화된 소위원회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도록 관련 소위원회를 만들어야 하고, 나아가 인권위가 제한적이나마 직접 시정명령권을 갖도록 협력하고, 더 나아가 모든 차별 사유에 적용될 차별금지(기본)법이 제정되도록 장애인들이 앞장서서 싸워나가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차별 사유 간에 역차별이 생기지 않을 것이고, 이번에 장애인들이 다른 차별 사유보다 앞서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관철시킨 그 의미를 더욱 드높게 할 것이다. 


그렇게 될 때에만,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제정이 차별금지(기본)법을 비롯한 다른 개별적인 차별금지법의 제정에 선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인권위는 차별시정위원회를 통해 각 영역의 차별을 해소하려고 노력해 왔고, 그 과정에서 차별금지법(안)을 만들어 정부에 입법권고까지 하였지만 현재까지 특별한 법 제정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제정이 인권위법 개정 운동으로까지 나아간다면, 다른 차별 사유에서도 각 차별 당사자로 하여금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을 촉발시킬 것이고, 기본법으로서의 차별금지법이 담아내지 못하는 영역에서는 별도의 개별 차별금지법 제정을 도모하게 될 것이다. 


4.  결론


장애인 당사자와 활동가들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의 성공에 대해 충분히 기뻐하고 축하받을 자격이 있다. 그러나, 이제 서서히 마음을 가다듬고 최소한 향후 1년은 위와 같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제정은 우리나라 장애인의 차별과 인권의 문제에 있어서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 분명하지만, 여기에서 멈추어서는 안 된다. 계속하여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을 감시하고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면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살아있는 법, 실효성 있는 법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투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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